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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와 자존감, 각박해지는 현대 사회
  • 등록일
    2024-05-22
  • 작성자
    미디어콘텐츠학과
  • 조회수
    244
  • 세종의 소리에 게재된 미디어콘텐츠학과 4학년 박예성 학생 칼럼입니다.

    https://www.sjsori.com/news/articleView.html?idxno=69280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4학년 박예성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아킬레스건’이 있다.

    돈, 명예, 자산, 외모 등, 사람들에게는 각자 자신들의 치명적인 단점들이 있다. 그 치명적인 단점들을 숨기기 위해서, 현대인들은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여러 SNS를 통해 자신이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것들만을 보여준다.

    예쁘고 잘생기게 꾸민 사진들을 시작으로, 명품 진열 사진, 해외 유명 리조트 사진, 연예인과 같이 찍은 사진, 수많은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 등, SNS를 보다 보면 거의 모든 사진이 호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물론 이런 현상을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자유롭게 SNS에 자신들만의 이야기나 상황들을 올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단순히 SNS에 호화로운 게시물이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그 게시물을 보며 비교하는 것, 나아가 ‘자신들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문화가 2020년대 현재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비교하는 건 인간뿐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있는, 움직이는 생명체라면 모두 가지고 있을 만한 ‘동물적 감각’이라 생각된다. ‘약육강식’이라는 말도, 육식동물들이 초식동물들을 두고 ‘자기보다 약한 생물’이라고 비교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 아닐까.

    사자들도 자기들과 비교했을 때 같은 초식동물임에도 자기보다 크고 강한 코끼리와 기린, 코뿔소 등은 잘 건드리지 않고, 작고 약한 영양들만 사냥한다. 이렇듯 ‘비교 문화’는 인간뿐 아닌 동물들에게도 있는 ‘본능’이다.

    하지만 초식동물과 현대인은 명확한 차이가 있으니, 초식동물들은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 달리며, 함께 무리를 형성해 서로를 지키는 데 반해, 현대인들은 강한 비교 대상을 보고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보다 그 상처를 혼자서 머금으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1인 가구가 늘고, 개인주의가 사회 전체에 퍼지고, 물질만능주의가 더 발달하는 등, 현대 사회는 물리적으로는 편리하고 풍요로운 사회로 발전하고 있으나, 사회 심리적으로는 더욱 각박하고 비참하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두되는 키워드가 있었으니, 바로 ‘자존감’이다. ‘자존감’은 ‘자아존중감’의 줄임말로, 쉽게 말하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뒷글자 하나만 다른 ‘자존심’과는 차이가 있는데, 이 또한 쉽게 풀자면 자존심은 ‘자기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자존심 문제는 크게 사회로 번지지는 않는데, 유독 자존감 문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 중 하나이다.

    왜 현대인들은 그렇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걸까? 더 나아가, 왜 그렇게 자기 자신은 사랑하지 않으면서, 남에 의해 자기 자신의 가치가 깎이면 그렇게 공격적으로 변할까? 바로 ‘비교’하기 때문이다. 비교는 나쁜 게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비교는 동물이라면 가지고 있는 본능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비교 문화는 본능을 넘어서서 ‘살고자 하는’ 본능도 집어삼키고 있다. 왜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겠는가? 수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남들과 ‘비교’해서 살아남으려는, ‘비교’해서 강하면 더 강한 대상을 상대로 또 악착같이 ‘비교’하고, 약하면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면서 자존감을 박살 내는, 그런 각박한 사회가 형성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현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저출산’도, 수많은 원인 중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꼽아보라면 ‘비교 문화와 자존감의 박살’이라고 생각한다.

    비혼주의자가 늘어나고,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이 늘어나는 이유는 결혼하고 아이 낳아서 3억을 ‘내는 것’보다, 그 3억을 ‘아껴서’ 자신들끼리 풍요롭게 살아가려고, 결국에는 남들보다 더 잘 살려고 그러는 거고, 이는 곧 남들과 자신들을 비교하는 게 아닌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도, ‘이런 각박한 사회에서 아이를 낳아봤자 우리 아이만 손해다.’, ‘내 아이만큼은 이런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아이를 안 낳는 것이다.’라고 하는데, 바꿔 말하면 ‘난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어.’,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되어봤자 나중에 다 크면 자식은 우릴 버릴 거야.’라는 말이고, 이는 결국 ‘자존감’이 박살 난 게 아닌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비교하는 걸 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남들보다 가진 게 없더라도, 인스타그램에 자기 친구가 명품 가방을 올리고 자랑하더라도, 친구들과 만났을 때 남들 다 차 끌고 다니는데 자기 혼자 대중교통 뚜벅이 생활이라도, 옆집 사람은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자기는 어디 지방에 취업하더라도, 그거 가지고 비교하면서 자기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아니, 그런 거 가지고 자기 자신을 깎는 게 너무 안타깝다. 물질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썩어 없어질 것들이다. 영원할 것만 같은 명품 가방, 자동차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삭고, 구식이 되고, 못 쓰게 되기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다. 남들보다 못 나도 자기 자신이 만족하고 받아들인다면, 그리고 그런 사회가 형성된다면, 사회는 수수하더라도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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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세종의소리(http://www.sj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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